지난달 27일, 4년의 기다림 끝에 개막한 고양국제꽃박람회(~5.8). 다양한 야외 테마정원과 놀이기구, 각종 공연‧이벤트와 플라워마켓 등 다양한 볼거리‧즐길 거리로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.
그중에서도 실내 전시장인 화훼산업관에서는 △세계화예작가 초청전 △해외 희귀식물전 △궁중채화 전시 △아르떼뮤지엄이 협업한 미디어아트 등 화훼산업을 이끄는 트렌드를 한눈에 엿볼 수 있다.
화훼산업관 입구에 들어서자 제일 먼저 청화백자 화병에 드리워진 붉은색과 흰색의 복숭아꽃 한 쌍이 눈에 들어온다. 일월오봉도와 나란히 조화를 이룬 홍백의 꽃나무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. 얼핏 보면 생화 같아 보이는 이 꽃은 비단과 밀랍 등으로 만든 국가무형문화재 황수로 명장의 궁중채화 대표작 ‘홍벽도화준’이다.
궁중채화는 비단이나 밀랍 등으로 꽃을 만들어 궁중의 연회나 의례에 사용하던 가화(假花)다. 비단이나 모시에 색을 입히고 꽃잎 모양으로 자른 뒤 다려 손으로 하나하나 빚어 만들어진다. 왕실의 위상을 나타내는 상징물로 사용되던 궁중채화는 일제강점기 시절 문화 말살 정책으로 사라질 뻔했지만 황수로 명장이 복원해 그 명맥을 잇고 있다.
화훼산업관에 전시된 홍벽도화준은 청화백자에 홍도화와 벽도화 한 쌍을 놓아 연회 때 어좌 양쪽을 장식하던 화준(花樽)이다. 약 3m 정도 되는 나무에는 각각 비단으로 만든 2000개가량의 꽃과 학, 공작, 봉황, 까투리 등이 장식돼 있다. 비단 꽃잎은 열매, 뿌리 등 자연으로부터 나온 염료와 송홧가루, 밀랍으로 만들어져 야외에 두면 실제로 벌과 나비가 내려앉는다.